2025년 회고
2026-01-31 20:57
2025년 회고
1월에 가까스로 외주도 끝내고 치앙마이 여행도 다녀오고 나서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이제야 작년 회고글을 쓴다. 늦었지만 변화무쌍했던 나의 작년 한해를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회고를 작성하려고 한다.
🚪 퇴사를 하고 나서…
눈 떠보니 백엔드 개발자로서 언 3년차가 벌써 지났더라.
사실 백엔드 개발자를 했던건 정말 아무 생각없이 했었다. 그냥 물 흘러가는 대로 했었고 좀 더 멋져보였던(?)느낌에 시작했다.
운 좋게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서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경험을 쌓았지만, 3년차가 되는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게 과연 이게 맞나..?
정체기가 왔던 것 같다.
3년차에 걸맞는 실력이던가? 부끄럽지만 아닌 것 같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 계발도 하려고 했다. 10시~7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하고 나서 집에서 공부를 한다는 건 직장인들은 알겠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피곤해진 몸을 침대에 누이곤 스마트폰의 유혹에 넘어가기 정말 쉽다. 또한 운동도 하고 오면 시간이 정말 없다. 금세 잘 시간이다..
그렇다고 주말에 한다는 건 일주일 내내 일한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밖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쉬어야만 할 것 같았다. 뭐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한다는 건 정말 큰 의지와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다간 연차만 쌓이고 실력은 그대로인 그런 물경력이 될 것만 같은 두려움도 들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봤다.
- 내가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 맞는 일을 좀 더 해보고 싶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중학생때 했던 직무 적성 검사도 다시 해봤다. 나의 성향 자체가 보이는 부분을 중요시하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일이 잘 맞는다고 했다.
예전에 잠깐 안 보이는 영역보다는 사용자에게 바로 보이는 화면단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가려져 왔던 프론트엔드가 보였다.
이전부터 UI/UX와 사용자 경험에 관심이 많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저와 더 잘 맞는다고 느낀적이 있었다.
고민 끝에 백엔드에서 프론트엔드로 전향하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이 묻는다.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그만두냐고..? 잘 쌓아온 백엔드 경력을 버리는 게 아깝지 않냐고?
나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 선택하는 게 제일 빠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선택엔 정답은 없다.
평생 해야 할 개발자 직업인데 더 늦어서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지금 도전해볼 것이라고.
💪🏻 처음 부터 도전하기
퇴사 후 혼자서 CS 공부 및 프론트엔드 기초 지식 개인 학습에 진행했다.
HTML, CSS, JavaScript 등 비전공자여서 부족했던 CS 공부들. 하고 싶었던 공부들을 원 없이 했었다. 일을 하면서 넘어갔었던 빈 공간이 해소되는 아하! 모먼트들이 많아서 이 순간 너무 재밌게 공부했던 것 같다.
매일 집에서 열품타 어플로 순공 시간을 재면서 공부했었다.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 ㅎㅎ
아침 일찍일어나서 밤 늦게 까지 집에서 정말 앉아서 공부만 했다.
직접 프론트를 해보니..?
처음엔 재미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기능을 실제로 구현해서 화면에서 보이니, 맨날 API만 만들다가 보이는 영역을 해보니 좀 더 나와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막상 해보니 백엔드와 달랐던 건 다음과 같다.
- 정해진 규격이 없다 - 자바만 하다가 자바스크립트를 쓰니 “어…? 이것도 돌아간다고?”라고 했던 일이 많았다. 엄격한 규칙, 세미콜론(;)도 안 붙이면 에러가 나던 Java와 달리 JavaScript는 정말 허용해 주는 부분들이 많아서 처음엔 그게 적응이 안 됐던 것 같다. 하지만 TypeScript로 넘어가고 나니, 자바처럼 타입을 정해서 좀 더 엄격하게 타입 체크를 하니 뭔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이 마음 편했다.
-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코드들 - 상태 관리와 이벤트들을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한 컴포넌트 내에 길어진 코드를 볼 수 있고, 그 코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져 있다. 아직 내가 숙련도가 낮아서 이 부분은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코드를 읽고 기능 수정이나 추가를 할 경우 실타래 같은 코드들을 보다 보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실행이 되고 변경이 되는지를 머릿속에서 잘 생각해 봐야 한다.
- 배울 게 엄청 많다 - 라이브러리도 많고 그리고 매일 새로운 게 나온다. 예전에 썼던 코드들은 금세 돌아가지 않고 새로 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는 것. 레거시한 백엔드와 달리 매일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수이다.
하지만 프론트건 백엔드건 결국은 똑같다. 비즈니스 로직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디든 같고,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목표는 같다.
그리고 백엔드로서의 경험 또한 도움이 됐다. 데이터가 어떻게 흘러가고 통신을 하는지 뒷단을 해봤어서 그런지 화면단에서 데이터를 렌더링하면서 좀 더 이해가 되는 것들이 있었다.
역시, 뭐든 다 쓸데없는 게 없다!
🍃 네이버 부스트 캠프에 도전하다
그렇게 2개월 가량을 보내고, 지인의 소개로 네이버 부스트캠프라는 유명한 부트캠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율적으로 알아서 개발하는 부트 캠프였다.
“지속 가능한 개발자”
처음에 딱 눈에 들어온 문구가 바로 이거 였다.
스스로 학습 주체가 되고 커뮤니티 안에서 성장하는 개발자.
그리고 부스트 캠프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스스로 지속 가능한 개발자가 될 수 있도록 발판을 삼아주는 곳.
-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 정해진 로드맵을 따라가고 싶다
-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고 소통하고 싶다
-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내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
이런 이유들로 지금 내 상황과 잘 맞고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지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들어가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서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참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코딩 테스트 부터 챌린지까지 계속 참여할 기회들이 주어졌다.
부스트캠프에서 배운 것들
매일 주어지는 미션들, 현업에서도 하지 못했던 난이도의 그리고 촉박한 시간 속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AI를 사용할 수 있어서 오히려 이렇게 어려운 미션들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
예전엔 큰 흐름이 없었던 나만의 기준이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정의해 보고 설계해 보고 구현해 보고 문제를 해결해 보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경험을 했고 나만의 기준이 생긴 것 같았다.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등의 감을 잡았다.
또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에 하나였다. 같은 문제라도 다르게 바라보고 해결해 갈 수 있는 것도 배웠다.
미션의 난이도가 높은 날이면 밤을 새기까지도 하면서 진행했었고, 그만큼 열심히 했다.
매일 아침마다 전날 한 코드를 팀원들에게 리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 코드를 더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남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으로 돌아가면서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끔 일을 하다가 오신 분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나이대가 어리셔서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아니면 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그런 분위기 속에 처음엔 “내가 여기에 온 게 맞을까?”라는 소속감이란 게 생기기가 어려웠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다들 실력이 있고 잘하시는 분들이어서 나 또한 자극을 받았고 많이 배웠었다. 나이는 정말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AI를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계속 했었다. 무비판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세워 도구로 잘 써야하는 것을 정하게 됐다. 앞으로 AI가 더 발전함에 따라서 이 고민들도 계속 해야할 것이다.
🔗 관련 회고글 링크
🚴🏻 부스트 캠프를 중단하고..
중단한 이유
부캠 후반부에 오다 보니, 긴 시간 달려와서 그런지 체력적/정신적으로 지쳤었다. 번아웃이 온 사람들도 많았고 다들 지쳐 보이기도 했다.
근데 단순히 힘들어서 지친 게 아니었다.
쓰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고 나서의 허무함 같은 게 있었다. 나는 왜 이걸 열심히 만들었나? 물론 배운다는 목적에 맞게 하는 거였지만, 아무도 쓰지 않을 서비스를 만들고, 또 만들고, 이 과정이 계속 지속되니 심리적으로 지쳐갔던 것 같다.
이때 나는 “지금 얻는 것이 있을까? 이 시간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들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2개월을 더 하고 수료하면 나는 정말 더 성장해 있을까?
지금까지 부스트 캠프를 진행하면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 혼자서 학습하는 것, 그리고 다같이 학습하고 토론하는 법, 무언가를 깊게 공부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 AI 덕분에 내가 갈 수 있는 깊이와 동시에 스스로가 얕아지고 멍해지는 것도 알게 됐다
남은 시간 부캠을 지속했을 때 누군가 정해준 문제를 어떻게 더 잘 풀 것인가에 대한 숙련도와 팀으로 같이 해보면서 의견을 주고 받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해진 문제를 푸는 것은 이미 나보다 AI가 더 잘하기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고,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실생활의 문제를 접하고 더 빠르고 더 넓게 익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AI 시대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를 푸는 힘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정의하는 것,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스펙을 정립하고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해질 거라 생각한다.
개발자의 정의가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토비의 스프링의 유명한 저자 토비 님도 링크드인 글에서 동일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문제들만 표현해 낼 수 있다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들면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 필요한 것은 한번 배운 것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필요에 따라 기존 지식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Unlearning의 태도가 필요하다
-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언어로 잘 표현하는 연습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실제로 사용자가 쓸 수 있는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런 선택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좀 더 의미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 개인 프로젝트 시작
내가 처음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서비스들을 생각했다. 웬만한 건 시중에 이미 있는 서비스들이라 겹치지 않는 주제를 찾는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중에 내가 사용해 본다면 좋을 것들을 떠올렸다. 평소에 나는 아침에 요거트 볼을 만들어 먹는다. 매번 고민해 본다. “오늘은 어떤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 게 좋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하! 이걸 게임처럼 요거트 볼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최소한의 MVP만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획부터 시작해서 디자인, 개발, 배포까지 전 과정을 다 해봤다. 특히 디자인 같은 부분에서 디자이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UI/UX를 고려해 사용자들이 더 사용하기에 좋은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웠지만,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보고 AI의 도움도 받으면서 구현해 내려고 했다. 또한, 매일 PR을 1개씩 필수로 올리면서 스스로 해이해지지 않으려고 했다. Claude로 코드 리뷰를 받으면서 코드를 보완했고, AWS로 배포까지 하면서 한 달간의 서비스 런칭을 마쳤다.
근데 예상과 다르게 사용자가 없었다.😭
서비스 전 과정을 경험했다는 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건… 부캠 때 느꼈던 그 허무함이 다시 찾아왔다. 내가 만든 게 실제로 쓰이는 경험이 필요했다.
☕️ 외주 프로젝트 시작
그때 마침 아는 지인을 통해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획, 디자인까지 이미 되어 있었고 개발은 절반 정도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였다. 지인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해 같이 참여를 원했다.
실제 회사에서 쓰고 있는 서비스, 실제 사용자가 있는 서비스. 개인 프로젝트 후에 원했던 것과 일치했다.
경험해 보지 못한 현업 코드여서 처음엔 걱정이 됐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좋았던 점
- 현업에서 쓰고 있는 프론트엔드 코드로 개발해 보니 현업을 잠시나마 경험해 보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 실제 사용자들이 쓰는 서비스를 개발해 볼 수 있다는 경험
- 여러 사람들의 소통과 협업의 경험
어려웠던 점
- 아무래도 처음 쓰는 라이브러리도 많다 보니 생소함에 격차가 있었다 (공부하면서 진행, AI 도움도 받았다)
- 도메인적으로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해하는 데 은근 시간이 걸렸다
- 심지어 다른 사람이 개발했던 걸 이어서 해야 하니까 물어도 보고 소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우선 기획서를 보고 스스로 이해한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고, AI와 같이 내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해 안 된 내용을 물어보고, 그래도 모르겠다면 개발자와 같이 이야기해 봤다.
프론트건 백엔드건 상관없이 풀스택으로 진행했다. AI와 함께 개발하면서 더 잘 쓰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이렇게 한 달 반 정도 2026년 1월 중순까지 QA까지 마치고 배포까지 완료해 내서 뿌듯했다.
그래서 1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2025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많은 경험들을 했고 또 여러 선택과 새로운 도전들을 했었다.
자신감
가장 많이 얻은 게 자신감인 것 같다. “이 정도는 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커진 것 같다.
예전엔 작은 것 하나라도 혼자서 어떻게 하지 엄두도 안 났었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가짐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잘되지 않아도 계속 도전하면 언젠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실패해도 계속 도전할 것이다. 그만큼 스스로 책임감과 중압감이 더 생겼다.
앞으로 2026년도는 어떻게 보낼 것 인가?
- 기술적인 숙련도 높이기 - 지속 가능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많이 알아야 하고, 많이 해보고 부딪혀야 한다.
- 빨리 일을 하고 싶다 - 백수 생활을 오래 했다 보니 이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앞으로 경험을 많이 쌓고 싶고, 사람들과 일하면서 원하던 서비스를 같이 만들고 싶다.